청첩장 손편지와 어린 시절 사진, 어색하지 않게 넣는 법
·메리필름

주말에 본가에 들렀다가 장롱 위 앨범을 꺼내요. 비닐이 누렇게 바랜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돌상 앞에서 울고 있는 내가 나오고, 유치원 재롱잔치에서 한쪽 양말만 신은 내가 나와요. 옆에서 엄마가 이건 네가 세 살 때라고 한마디 보태시고요. 그 사진 한 장을 휴대폰으로 찍으면서 생각해요. 이걸 청첩장에 넣어도 될까.
요즘 모바일청첩장에는 이런 사진과 손으로 쓴 편지가 자주 들어가요. 웨딩 촬영 사진은 다들 비슷하게 예쁘지만, 어릴 적 사진과 손글씨는 두 분만 가진 거라서요. 다만 넣는 방법을 잘못 고르면 하객 입장에서는 길고 사적인 글을 억지로 읽는 기분이 들 수 있어요. 어디까지가 다정하고 어디부터가 부담인지, 그 선만 알고 넣으시면 돼요.
편지는 누구에게 쓸지부터
편지를 쓰려고 펜을 들면 첫 줄이 안 나와요. 대개 누구에게 쓰는지 정하지 않아서예요. 하객에게 쓰는 편지와 서로에게 쓰는 편지는 말투도 길이도 달라요.
| 받는 사람 | 어울리는 내용 | 조심할 것 |
|---|---|---|
| 하객분들 | 와 주시면 좋겠다는 마음, 두 분이 어떻게 지내 왔는지 | 인사말과 겹치지 않게 |
| 서로에게 | 처음 만난 날, 고마웠던 일, 앞으로의 약속 | 둘만 아는 말은 줄이기 |
| 부모님께 | 키워 주셔서 고맙다는 말, 이제 잘 살겠다는 다짐 | 하객 모두가 읽는다는 것 |
서로에게 쓰는 편지가 제일 많고, 읽는 사람 반응도 제일 좋아요. 하객은 두 분 사이를 몰래 엿보는 기분으로 읽거든요. 다만 둘만 아는 별명이나 농담이 길게 이어지면 그 재미가 금방 식어요. 처음 보는 하객도 알아들을 수 있는 장면 하나를 고르세요.
부모님께 쓰는 편지는 청첩장보다 예식 당일이나 폐백 자리에서 직접 읽어 드리는 편이 더 닿아요. 청첩장에 넣으신다면 두세 줄로 짧게 하시길 권해 드려요.
몇 줄이 좋을까
휴대폰 한 화면에 들어오는 다섯에서 여덟 줄이 적당해요. 손글씨체는 일반 글씨보다 자리를 많이 차지해서, 메모장에 쓴 열 줄이 화면에서는 스크롤 두 번이 되기도 해요.
쓰는 순서를 바꾸면 덜 막혀요. 마지막 문장부터 정하세요. 앞으로 어떻게 살겠다, 그날 와 주면 좋겠다 같은 끝맺음이 먼저 있으면, 앞은 거기까지 가는 장면 하나만 쓰면 돼요. 처음 만난 날 비가 왔다거나, 싸우고 나서 편의점 앞에서 화해했다거나 하는 거요.
두 분이 따로 써서 나란히 넣으실 거라면 길이를 비슷하게 맞추세요. 한쪽은 열 줄, 한쪽은 두 줄이면 읽는 사람이 괜히 신경 쓰여요.
이런 말이면 어색하지 않아요
신부님이 신랑님께
처음 만난 날 너는 약속 장소를 두 번이나 잘못 찾아왔어. 그날 땀 흘리면서 미안하다고 웃던 얼굴이 아직도 생각나. 앞으로 길은 내가 찾을게. 너는 지금처럼 웃어만 줘.
신랑님이 신부님께
연애하는 동안 네가 제일 많이 한 말이 밥은 먹었냐는 거였어. 이제는 내가 먼저 물어볼게. 평생 같은 식탁에서.
두 분이 하객분들께
서로 다른 동네에서 자란 두 사람이 이제 한집에 살게 됐어요. 어릴 적 사진 속 저희를 기억해 주시는 분들도, 요즘에야 알게 된 분들도 그날 한자리에서 뵐 수 있으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부모님께 짧게
엄마 아빠, 서른 해 동안 제 편이 돼 주셔서 고마워요. 이제 제가 한 사람의 편이 되어 볼게요.
예시는 말투만 빌려 가시고 장면은 두 분 것으로 바꾸세요. 하객이 기억하는 건 잘 쓴 문장보다 구체적인 장면 하나예요.
종이에 쓴 손편지를 찍어서 넣을 때
손글씨체 글꼴도 예쁘지만, 실제 손으로 쓴 글씨는 느낌이 달라요. 삐뚤어진 줄과 꾹 눌러 쓴 이름에서 쓴 사람이 보여요. 다만 종이를 찍어서 올리면 화면에서 글씨만 떠야 하니, 쓰는 단계부터 신경 써 주세요.
- 줄 없는 흰 종이에 쓰세요. A4 복사 용지면 충분해요.
- 검은 볼펜이나 사인펜으로, 평소보다 조금 크고 또박또박 쓰세요.
- 연필이나 색 펜, 형광펜은 찍으면 흐려져요.
- 밝은 곳에서 종이 바로 위에 휴대폰을 대고, 그림자가 지지 않게 찍으세요.
- 종이가 화면을 꽉 채우게 찍어야 책상 무늬가 같이 들어가지 않아요.
줄 쳐진 편지지가 더 예뻐 보여도, 화면으로 옮기면 줄이 글씨와 섞여 지저분해 보여요. 편지지 느낌은 화면 쪽 디자인에 맡기고 종이는 흰 종이로 쓰시는 게 깔끔해요.
틀린 글자가 나오면 줄을 긋지 말고 새 종이에 다시 쓰세요. 손편지라 정겹다고 넘기기엔 확대해서 보는 하객이 많아요.
어린 시절 사진은 이렇게 고르세요
앨범을 펼치면 넣고 싶은 사진이 열 장은 나와요. 그래도 한 분에 한 장이면 충분해요. 두세 장씩 넣으면 웨딩 사진보다 어릴 적 사진이 더 길어지고, 보는 쪽은 어느 쪽이 주인공인지 헷갈려요.
| 사진 | 좋은 점 | 살펴볼 것 |
|---|---|---|
| 돌 사진 | 누구나 한 장씩 있어서 두 분을 맞추기 쉬워요 | 한복과 돌상 때문에 비슷비슷해 보여요 |
| 유치원 무렵 | 표정과 성격이 보이기 시작해요 | 다른 아이들 얼굴이 같이 나오기 쉬워요 |
| 초등학생 무렵 | 지금 얼굴이 알아보여서 반가워해요 | 단체 사진은 잘라 내야 해요 |
| 가족과 찍은 사진 | 부모님이 특히 좋아하세요 | 형제자매에게 먼저 물어보기 |
얼굴이 크게 나온 사진을 고르세요. 청첩장 속 사진은 작게 보이니, 멀리서 찍은 바닷가 사진은 누가 누군지 안 보여요. 형제나 친구 얼굴이 함께 나온 사진이라면 넣기 전에 한마디 물어보시는 게 예의예요. 본인은 별로 안 좋아하는 사진일 수도 있거든요.
앨범 속 옛 사진을 휴대폰으로 옮기기
필름 사진은 비닐 앨범 그대로 찍으면 형광등 빛이 하얗게 번져요. 번거로워도 앨범에서 꺼내서 찍으시는 게 좋아요. 사진이 비닐에 붙어 잘 안 떨어지면 억지로 떼지 말고, 창가 쪽 자연광 아래에서 휴대폰을 살짝 비스듬히 들어 반사가 사라지는 각도를 찾아 보세요.
휴대폰 메모 앱이나 카메라의 문서 스캔 기능을 쓰면 비뚤어진 사진도 반듯하게 펴 줘요. 오래된 사진의 누런 기는 일부러 다 지우지 않아도 돼요. 그 빛바랜 색이 오히려 옛날 사진이라는 걸 한눈에 알려 줘요.
사진이 부모님 댁에만 있다면 부탁 드리는 말도 미리 준비해 두세요.
엄마, 청첩장에 내 어릴 때 사진 한 장 넣고 싶은데 앨범 좀 봐 줄 수 있어? 얼굴 크게 나온 걸로 두세 장만 찍어서 보내 주시면 내가 고를게.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것도 하나 끼워 줘요.
마지막 한 줄이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요. 부모님께는 그 사진 고르는 시간이 청첩장 준비에 함께하는 일이 되거든요.
어릴 적과 지금, 나란히 놓으면
어릴 적 사진은 지금 사진 옆에 둘 때 제일 재미있어요. 고개를 갸웃한 버릇이 그대로라거나, 웃을 때 눈이 없어지는 게 똑같다거나, 하객이 먼저 찾아내요.
웨딩 촬영 컷 가운데 어릴 적 사진과 자세가 닮은 걸 고르면 효과가 커요. 꽃을 든 사진 옆에 돌상에서 연필을 쥔 사진, 브이를 한 사진 옆에 똑같이 브이를 한 꼬마 사진 같은 식이에요. 촬영 전이라면 어릴 적 사진 자세를 그대로 따라 한 컷을 하나 찍어 달라고 부탁하는 커플도 많아요.
신랑님과 신부님의 사진 분위기도 맞춰 주세요. 한 분은 돌 사진이고 한 분은 중학교 졸업 사진이면 나란히 놓았을 때 균형이 어긋나요. 비슷한 나이대로 고르면 두 아이가 만나는 것처럼 보여요.
넣기 전에 한 번 더
- 편지가 휴대폰 한 화면 안팎으로 읽히는지
- 둘만 아는 별명이나 농담이 너무 많지 않은지
- 두 분 편지 길이가 비슷한지
- 손편지 스캔에 그림자나 책상 무늬가 남지 않았는지
- 어린 시절 사진에 다른 사람 얼굴이 크게 나오지 않는지
- 두 분 어릴 적 사진의 나이대가 비슷한지
- 부모님 폰에서 손글씨가 읽히는지
흔한 실수
편지가 인사말을 한 번 더 하는 것. 인사말에서 와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는데 편지에서 또 같은 말을 하면 읽는 쪽은 지루해요. 인사말은 초대, 편지는 두 분 이야기로 나눠 주세요.
연애사를 전부 담는 것. 몇 년의 연애를 다 쓰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하객이 끝까지 읽는 건 장면 하나예요.
어린 시절 사진을 너무 많이 넣는 것. 귀엽다는 반응은 첫 장에서 제일 크고 갈수록 줄어요.
부모님께 안 보여 드리는 것. 우리가 고른 사진이 부모님 눈엔 아쉬울 수 있어요. 엄마가 이 사진보다 저게 낫다고 하시면 대개 그 말이 맞아요.
자주 묻는 질문
손편지를 꼭 두 사람이 다 써야 하나요?
아니에요. 한 분만 쓰셔도 되고, 두 분이 한 장에 같이 쓰셔도 돼요. 다만 한 분만 쓰신다면 받는 사람을 상대로 하시는 게 자연스러워요. 신부님이 신랑님께, 혹은 신랑님이 신부님께요.
글씨를 못 써서 손편지가 부담돼요.
손편지는 잘 쓴 글씨보다 쓴 사람이 보이는 글씨가 좋아요. 그래도 마음이 쓰이시면 손글씨체 글꼴로 쓰시고, 마지막 서명 한 줄만 직접 쓰는 방법도 있어요.
어린 시절 사진이 한 분만 남아 있어요.
꽤 흔한 일이에요. 이사하면서 앨범이 없어졌거나 사진을 많이 안 찍는 집이었거나요. 그럴 땐 두 분 모두 어릴 적 사진은 빼고 편지만 넣으시거나, 사진이 있는 분은 앨범 대신 편지 속 이야기로 어린 시절을 꺼내시면 돼요. 한쪽만 나란히 놓이면 다른 한 분이 괜히 서운해질 수 있어요.
모청을 만든 뒤에 편지를 바꿔도 되나요?
바꾸셔도 돼요. 링크는 그대로라 이미 받은 분들도 바뀐 편지를 보게 돼요. 보내기 전에 서두르기보다 하루 묵혔다가 다시 읽고 고치는 편이 좋아요.
메리필름의 손글씨 편지는 글로 쓰시면 손글씨체로 보여 드리고, 종이에 쓴 편지를 찍어 올리시면 글씨만 떠서 그대로 얹혀요. 어릴 적 사진 모양을 고르시면 두 분 어린 시절 사진 옆에 말풍선으로 한두 줄씩 들어가고, 두 사람 소개에 어릴 적 사진을 넣으시면 지금 사진과 나란히 두 장으로 보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