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 어디까지 보내야 할까, 뜸했던 친구와 회사 사람
·메리필름

연락처를 위에서부터 내리다 보면 손가락이 자꾸 멈춰요. 3년 전 생일 축하를 마지막으로 대화가 끊긴 대학 동기, 탕비실에서 인사만 나누는 옆 팀 과장님. 보내자니 축의금 달라는 말로 들릴까 걱정이고, 안 보내자니 나중에 건너 듣고 서운해할까 걱정이에요.
모바일 청첩장은 보내기가 쉬워서 오히려 더 고민돼요. 종이는 장수가 정해져 있어 자연히 걸러지는데, 링크는 누구에게나 보낼 수 있으니까요. 정해진 선은 없어요. 그래도 망설여질 때 꺼내 볼 질문은 있어요.
망설여지는 이름 앞에서
먼저, 이 사람이 결혼한다고 하면 나는 갈 건가. 고민 없이 간다 싶으면 보내세요. 내가 갈 마음이 있는 사이는 상대도 대개 비슷하게 생각해요.
그다음, 식이 끝난 뒤에도 연락할 사이인가. 청첩장이 마지막 연락이 될 것 같다면 안 보내는 쪽이 서로 편해요. 반대로 이참에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청첩장만큼 좋은 구실도 드물어요.
두 질문에 다 고개가 갸웃해지면 그 이름은 빼셔도 돼요. 미안해할 일이 아니에요. 받는 쪽도 답장 문장을 고르고 봉투를 고민해야 하니까, 안 보내는 것도 배려예요.
관계별로 놓고 보면
| 사이 | 많이들 이렇게 해요 | 한마디 |
|---|---|---|
| 요즘도 보는 친구 | 만나서 건네요 | 모임을 잡아 밥을 사요 |
| 내가 결혼식에 갔던 친구 | 뜸해도 보내요 | 갚을 자리를 주는 거예요 |
| 그냥 멀어진 친구 | 안부 먼저, 그다음 | 링크부터 보내지 않아요 |
| 같은 팀 | 모두 드려요 | 한 명도 빼지 않아요 |
| 다른 팀 | 마음 가는 분만 | 물어 오시면 기쁘게 드려요 |
| 거래처 | 소식만 말로 | 오래 함께 일한 분께만 드려요 |
| 예전 직장 | 연락하는 사람만 | 옛 단톡방엔 올리지 않아요 |
| 친척 | 부모님께 여쭤봐요 | 범위는 집마다 달라요 |
표는 출발점일 뿐이에요. 같은 대학 동기라도 어떤 이름은 바로 보내게 되고 어떤 이름은 한참 들여다보게 돼요. 그 망설임이 답을 알려 줄 때가 많아요.
연락이 뜸했던 친구
예전에 그 친구 결혼식에 갔거나 마음을 보낸 적이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보내세요. 염치없는 게 아니라 순서예요. 오히려 안 보내면 그 친구가 갚을 자리를 잃어요.
그런 적 없이 그냥 멀어진 사이라면 링크부터 보내지는 마세요. 안부가 먼저예요. 며칠이라도 이야기가 오간 뒤에 소식을 꺼내면 받는 느낌이 달라요. 그럴 여유가 없다면 민망한 마음을 숨기지 말고 그대로 쓰세요. 매끄럽게 쓰려고 할수록 단체 문자처럼 보여요.
오랜만에 연락하는 친구에게
○○아 잘 지내? 너무 오랜만이라 뭐라고 시작할지 한참 썼다 지웠어 ㅎㅎ 나 ○월에 결혼해. 연락도 못 하고 살다가 이런 일로 불쑥 연락해서 미안해. 꼭 오라는 건 아니고, 네가 다른 사람한테 건너 듣는 건 싫었어. 조만간 밥 한번 먹자, 내가 살게!
반대의 경우도 있어요. 그 친구 결혼식에 내가 못 갔던 사이요. 이럴 땐 그 일을 모른 척하지 말고 먼저 꺼내는 게 나아요.
그 친구 결혼식에 못 갔다면
○○아, 나 ○월에 결혼하게 됐어. 네 결혼식 때 못 간 게 아직도 마음에 걸려서 보낼까 말까 한참 고민했어. 그래도 너한텐 알리고 싶더라. 부담은 정말 갖지 말고, 축하한다는 말만 해 줘도 나는 충분해 ㅎㅎ
청첩장 없이 소식만 전하는 방법도 있어요. 멀리 살거나, 부르기엔 미안하고 모른 척하기엔 마음이 쓰이는 사이일 때요. 링크는 상대가 달라고 하면 그때 보내면 돼요.
멀리 사는 친구에게
나 다음 달에 결혼해! 멀리 있는데 괜히 부담 줄까 봐 청첩장은 따로 안 보낼게. 그래도 너한테는 내 입으로 말하고 싶었어. 이쪽 올 일 있으면 꼭 연락 줘 ㅎㅎ
소식만 전했는데 청첩장을 달라고 하는 분이 꽤 있어요. 그럴 땐 사양하지 말고 바로 보내세요. 본인이 먼저 달라고 해서 받은 청첩장이라 상대도 부담 없이 올 수 있어요.
회사는 친한 정도보다 범위로
회사에서는 사람을 하나씩 고르기보다 범위를 정하는 게 탈이 없어요. 같은 팀은 모두 드리고, 그 밖은 따로 정하는 식으로요. 팀 안에서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으면 그 얘기가 제일 오래 남아요. 서먹한 팀원이 있더라도 팀은 한 덩어리로 드리세요.
팀 밖은 두 분 마음이 가는 만큼이면 돼요. 프로젝트를 같이 했던 분, 점심을 자주 먹는 동기 정도요. 인사만 하는 분께는 안 드려도 실례가 아니에요. 그러다 결혼한다며, 나는 청첩장 안 주냐고 먼저 물어 오시는 분이 있으면 그때 기쁘게 드리면 되고요.
거래처는 더 조심스러워요. 일로 얽힌 사이에 청첩장이 가면 상대는 거절하기 어려워요. 사적인 이야기도 나눌 만큼 오래 함께 일한 분이 아니라면 결혼 소식만 말로 전하는 정도가 좋아요.
순서도 한 번 생각해 보세요. 팀장님이나 직속 상사께 먼저 말씀드리고, 그다음에 팀원들에게 알리는 게 보통이에요. 상사가 다른 사람에게서 먼저 듣게 되면 서로 머쓱해져요.
자리가 먼 분께 드릴 때는 고마웠던 일 하나를 같이 적어 보세요. 청첩장을 돌리는 게 아니라 인사를 드리는 것처럼 읽혀요.
자주 못 뵌 상사께
과장님, 저 ○월 ○일에 결혼합니다. 자주 뵙진 못했지만 지난 프로젝트 때 챙겨 주신 게 늘 감사했어요. 부담 드리려는 건 아니고, 인사는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예전 직장은 지금도 따로 연락하는 사람에게만 보내세요. 옛 회사 단톡방에 올리는 건 권하지 않아요. 나간 지 오래된 방에 청첩장만 올라오면 받는 사람도 뭐라고 답할지 난감하거든요.
단톡방에 올려도 될까
방마다 달라요. 매일 떠드는 친구 방이라면 올려도 아무도 서운해하지 않아요. 다만 그 방에서도 가까운 친구에게는 따로 한 번 더 보내세요. 단체로 받은 모바일 청첩장과 내 이름을 불러 주며 온 청첩장은 무게가 달라요.
조용한 방은 조심하세요. 동창 방, 동호회 방처럼 평소 말이 없던 곳에 링크만 올라오면 광고처럼 보여요. 그 방에서 꼭 알리고 싶은 사람이 서너 명이라면 그분들께만 따로 보내는 쪽이 깔끔해요.
부모님 쪽은 부모님께
부모님 지인분들까지 두 분이 세려고 하지 마세요. 그 명단은 부모님이 제일 잘 아세요. 몇 분께 보내실지만 미리 여쭤보고, 누구에게 보낼지는 맡겨 드리는 게 서로 편해요.
친척도 마찬가지예요. 어디까지 알릴지는 집안마다 달라서, 두 분이 짐작으로 정하면 꼭 한 분이 빠져요. 명절에 얼굴 보는 분들 말고도 부모님이 챙기시는 분이 따로 있어요.
보내고 나서 후회하는 일들
이름 없이 링크만 보낸 것. 똑같은 문장을 복사해 붙이더라도 맨 앞에 그 사람 이름은 넣으세요. 이름 하나로 단체 문자가 편지가 돼요.
같은 무리에서 한 명만 뺀 것. 넷이 다니던 사이에 셋만 받으면 그 소식은 꼭 전해져요. 그 한 명과 서먹하더라도, 무리로 묶인 사이는 같이 보내는 게 뒤탈이 없어요.
너무 늦게 보낸 것. 망설이다가 예식 일주일 전에 보내면 급하게 자리를 채우는 것처럼 보여요. 고민되는 이름일수록 일찍 정하세요.
답장을 받고 그냥 둔 것. 못 간다는 답에도 한마디는 돌려주세요. 괜찮다고, 마음만으로 고맙다고요. 거기서 대화가 끊기면 상대는 내내 미안해해요.
보내기 전 확인 목록
- 꼭 모실 분과 와 주시면 반가운 분을 나눠 적었어요
- 결혼식에 가 줬던 사람이 빠지지 않았어요
- 같은 팀, 같은 무리에서 한 명만 빠지지 않았어요
- 상사께 먼저 말씀드렸어요
- 부모님 쪽 인원은 부모님께 여쭤봤어요
- 뜸했던 분께는 안부를 먼저 건넸어요
- 메시지마다 받는 분 이름을 넣었어요
- 소식만 전할 분을 따로 적어 뒀어요
자주 묻는 질문
축의금 달라는 말로 들리지 않을까요?
그 걱정이 문장에 드러나면 오히려 괜찮아요. 꼭 오라는 건 아니라고, 소식은 직접 전하고 싶었다고 쓰세요. 받는 분도 그 마음을 읽어요. 축의금 달라는 말로 들리는 건 아무 말 없이 링크만 보냈을 때예요.
받기만 하고 답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나요?
그냥 두세요. 뭐라고 답할지 몰라 미루다 때를 놓친 분이 많아요. 식사 인원 때문에 꼭 알아야 한다면 모바일 청첩장의 참석 여부 버튼을 눌러 달라고 가볍게 부탁하는 정도가 좋아요.
모바일 청첩장을 다 보낸 뒤에 빠뜨린 사람이 생각났어요. 지금 보내도 될까요?
생각난 그날 바로 보내세요. 변명을 길게 쓰지 말고 솔직하게요. 정신이 없어서 이제야 보낸다고, 미안하다고 한 줄이면 돼요. 늦게 받은 청첩장보다 끝내 못 받은 청첩장이 훨씬 서운해요.
사이가 틀어진 친구에게도 보내야 하나요?
안 보내셔도 돼요. 결혼식은 두 분이 편한 얼굴만 보셔도 되는 날이에요. 예의 때문에 불편한 사람을 부를 이유는 없어요.
그래도 못 정하겠다면
이름을 두 줄로 나눠 적어 보세요. 꼭 와 주셨으면 하는 분, 와 주시면 반가운 분. 첫 줄부터 보내고, 둘째 줄은 며칠 묵혔다가 다시 보세요. 그사이 빼도 되겠다 싶은 이름과 자꾸 눈에 밟히는 이름이 갈려요.
끝까지 마음에 걸리는 이름은 보내시는 쪽을 권해요. 받은 사람은 못 가면 못 간다고 답하면 그만이지만, 건너 들은 서운함은 풀 자리가 없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