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청첩장 문구, 따뜻하다는 말 말고 뭘 쓸까
·메리필름

달력을 넘겨 보면 예식은 12월 셋째 주 토요일인데, 인사말을 쓰는 지금 창밖엔 은행잎이 아직 덜 떨어졌어요. 바깥은 가을인데 겨울 문장을 미리 써야 하니 손이 잘 안 나가요. 겨우 쓴 첫 줄이 추운 겨울, 따뜻한 마음으로예요. 써 놓고 보니 어디서 많이 본 문장 같아 지우고, 다시 써도 비슷한 말이 나와요.
겨울 청첩장 문구를 찾아보시는 분들이 막히는 데는 대개 여기예요. 겨울에 어울리는 낱말이 눈과 온기 말고는 잘 떠오르지 않아요. 그런데 그 낱말이 틀린 건 아니에요. 한 번만 쓰고, 나머지 자리를 두 분 이야기나 그 달의 장면으로 채우면 흔한 말도 금방 두 분 글이 돼요.
따뜻하다는 말이 세 번 나오면
겨울 인사말을 써 놓고 낱말을 세어 보시면 재미있는 일이 생겨요. 추운, 따뜻한, 온기, 포근한 같은 말이 다섯 줄 안에 서너 번 들어가 있어요. 춥다는 말과 따뜻하다는 말이 서로를 받쳐 주는 짝이라 자꾸 붙어 다니거든요.
한 문단에 온도 낱말은 한 번이면 충분해요. 나머지 줄에는 계절 대신 두 분이 겨울에 함께한 일을 넣어 보세요. 붕어빵 봉투를 나눠 들고 걷던 퇴근길이나, 첫눈 오던 밤 서로에게 보낸 흔들린 사진 같은 거요. 이런 장면은 있었던 일 그대로라서 지어낸 문장보다 훨씬 덜 어색해요.
붕어빵 한 봉지를 나눠 들고 걷던 겨울이 벌써 네 번째예요. 올겨울엔 같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걸으려 해요. 추운 날이지만 오셔서 저희 첫걸음을 봐 주세요.
온도 낱말은 맨 끝 줄에 딱 한 번 나와요. 그런데도 읽고 나면 겨울 냄새가 나요. 장면이 계절을 대신 말해 주기 때문이에요.
초겨울과 한겨울은 말이 달라요
겨울이라고 다 같은 겨울이 아니에요. 11월 말 예식과 2월 예식은 하객분들이 집을 나설 때 느끼는 공기부터 달라요. 예식 달에 맞는 낱말을 고르시면 문장이 훨씬 그날 같아져요.
| 예식 달 | 어울리는 말 | 피하면 좋은 말 |
|---|---|---|
| 11월 말 | 첫추위, 겨울 문턱 | 한겨울, 눈꽃 |
| 12월 | 한 해의 끝, 연말, 첫눈 | 새해, 새봄 |
| 1월 | 새해, 맑고 찬 하늘 | 한 해를 마무리하며 |
| 2월 | 봄을 기다리는, 입춘 | 첫눈 |
2월 예식에 첫눈이라고 쓰면 받는 분들이 고개를 갸웃해요. 반대로 11월 말 예식에 한겨울이라고 쓰면 조금 과장돼 보이고요.
하나 더 기억해 두실 게 있어요. 인사말은 예식 날보다 한 달쯤 먼저 읽혀요. 받는 날의 계절과 예식 날의 계절이 다를 수 있으니, 날씨를 단정하는 말보다 그날을 기다리는 말이 덜 어긋나요. 눈 내리는 날이라고 쓰기보다 첫눈을 기다리는 계절이라고 쓰는 식이에요.
달마다 옮겨 쓰셔도 되는 인사말
어른들께도 무난한 결로 먼저 몇 개 적어 둘게요. 그대로 쓰셔도 되고, 한 줄만 두 분 이야기로 바꾸셔도 돼요.
11월 말이나 12월 초
겨울 문턱에서 저희 두 사람이 한집에 살기로 했어요. 바람이 차가워지는 날, 귀한 걸음 해 주시면 따뜻한 밥 한 끼로 고마움을 전하겠습니다.
12월 중순 이후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달에 저희는 새로운 시작을 하려 합니다. 연말이라 바쁘신 줄 알지만, 오셔서 함께 웃어 주시면 그보다 큰 선물이 없겠어요.
1월
새 달력 첫 장에 저희 두 사람의 날을 적었습니다. 올해 처음 전해 드리는 기쁜 소식이에요. 찬 공기 속에 오시는 걸음,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2월
봄을 조금 앞두고, 서로의 곁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아직은 쌀쌀하지만 마음만은 먼저 봄이에요. 오셔서 축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친구들에게 따로 보내는 말이라면 조금 풀어 써도 좋아요. 연말엔 다들 약속이 많으니 그 미안함을 먼저 꺼내면 받는 쪽도 웃으며 일정을 비워 줘요.
얘들아 나 드디어 간다 ㅎㅎ 12월이라 송년회 많을 텐데 하나 더 얹어서 미안해ㅠㅠ 대신 그날 밥은 진짜 맛있는 데로 골랐어. 얼굴 보는 김에 우리 송년회도 거기서 하자!
크리스마스 근처라면
12월 넷째 주 예식이라면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넣고 싶어지세요. 한 줄 정도는 반가운 인사가 돼요. 다만 하객분들께는 가족과 보내려던 휴일을 내어 주시는 날이기도 해요. 들뜬 분위기를 앞세우기보다 그 마음을 알아주는 쪽이 더 따뜻하게 읽혀요.
성탄을 며칠 앞둔 주말, 저희가 부부가 됩니다. 가족과 보내실 소중한 연말에 시간을 내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날 저희가 드릴 수 있는 가장 환한 얼굴로 맞이하겠습니다.
연말 예식은 송년회와 가족 모임에 겹치기 쉬워요. 회사 동료나 모임 친구들에게는 날짜만이라도 일찍 알려 드리면 서로 일정 잡기가 편해요. 그래서 모바일청첩장을 보통보다 한두 주 먼저 보내시는 분도 많아요.
설 연휴 앞뒤라면
1월 말이나 2월 초 예식은 설과 붙을 때가 있어요. 설 바로 앞 주말이면 하객분들이 고향 갈 준비로 바쁘시고, 바로 뒤 주말이면 긴 연휴 끝이라 지쳐 계세요. 인사말에 그 사정을 한 줄 알아드리면 받는 분 마음이 한결 풀려요.
명절 준비로 분주하실 때 소식을 전하게 돼 송구합니다. 새해 덕담 나누러 오시듯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 주세요.
부모님 지인께 가는 청첩장이라면 새해 인사를 맨 앞에 두시는 게 자연스러워요. 어른들은 연초에 받는 연락에 새해 인사가 빠져 있으면 조금 허전해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저희 둘째 민준이가 좋은 짝을 만나 2월에 혼례를 올립니다. 추운 날씨에 걸음 해 주시면 더없는 기쁨이겠습니다.
추운 날 오시는 길, 한 줄 더
겨울 청첩장에서 인사말만큼 신경 쓸 곳이 안내 칸이에요. 추운 날 하객분들이 제일 곤란해하시는 건 두꺼운 외투와 미끄러운 길이에요. 모청 오시는 길 아래에 한두 줄만 넣어 두셔도 식장 앞에서 덜 헤매세요.
| 하객분 걱정 | 넣어 두면 좋은 한 줄 |
|---|---|
| 외투를 어디 둘지 | 2층 로비에 외투 보관대가 있어요. 편하게 맡기고 들어오세요 |
| 주차장에서 식장까지 | 지하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로 바로 올라오실 수 있어요 |
| 미끄러운 길 | 정문 앞 언덕이 미끄러울 수 있어요. 후문 쪽 길이 평평해요 |
| 셔틀을 기다리는 곳 | 출발 시간까지 역 안에 계시다가 3번 출구로 나오셔도 돼요 |
외투 보관대가 있는지는 예식장마다 달라요. 계약하실 때 한 번 여쭤 두시고, 없다면 굳이 적지 않으셔도 돼요. 적어 놓았는데 막상 없으면 하객분들이 더 당황하세요.
어르신이 많이 오시는 예식이라면 계단 이야기도 한 줄 넣어 주세요. 겨울엔 엘리베이터 위치 하나 알려 드리는 것만으로도 큰 배려가 돼요.
눈 소식이 있는 날
예식 며칠 전 일기예보에 눈 그림이 뜨면 마음이 급해져요. 이럴 때 미리 써 둔 문장이 있으면 덜 허둥대세요. 눈이 와도 예식은 보통 그대로 열리니, 하객분들께는 조심해서 오시라는 말과 무리하지 마시라는 말을 같이 건네면 돼요.
내일 눈 소식이 있어요. 길이 미끄러울 수 있으니 조금 일찍, 천천히 오세요. 혹시 오시기 어려우면 마음만으로도 정말 고마워요.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이 문구는 청첩장을 열면 맨 처음 보이는 자리에 두시거나, 예식 전날 리마인드 문자에 붙여 보내시면 좋아요. 무리하지 말라는 한 줄이 들어가면 못 오시는 분도 미안한 마음을 덜어요. 멀리서 운전해 오시는 친척 어른께는 따로 전화 한 통 드리는 편이 더 마음 놓이세요.
흔한 실수
겨울 낱말로 다섯 줄을 다 채우는 것. 눈, 겨울, 온기, 포근함이 다 들어가면 계절 엽서처럼 읽혀요. 계절은 한 줄, 나머지는 두 분 이야기로 남겨 두세요.
받는 날과 예식 날 계절을 헷갈리는 것. 11월 초에 받는 청첩장에 한겨울 추위를 걱정하는 말이 들어가 있으면 받는 분이 조금 이르다고 느끼세요.
연말 예식인데 날짜를 늦게 알리는 것. 12월 주말은 송년회와 가족 모임으로 빨리 차요. 청첩장이 덜 됐더라도 날짜만큼은 먼저 알려 드리세요.
연도를 잘못 적는 것. 1월 예식을 12월에 준비하다 보면 인사말이나 안내에 손에 익은 올해 연도가 섞여 들어가요. 보내기 전에 연도는 꼭 한 번 더 보세요.
자주 묻는 질문
겨울 결혼식, 하객분들께 실례일까요?
그렇지 않아요. 겨울 예식은 대부분 실내에서 열리고, 봄가을보다 원하는 날짜를 잡기 수월한 편이라 고르는 분이 꽤 있어요. 인사말에 추운 날 걸음 해 주셔서 고맙다는 한 줄이면 마음은 충분히 전해져요.
크리스마스 이브 예식인데 성탄 이야기를 넣어도 될까요?
넣으셔도 돼요. 다만 종교가 다른 하객분도 계시니, 메리 크리스마스 같은 축하보다 성탄을 며칠 앞둔 주말처럼 날짜를 알려 주는 말로 쓰시면 누구에게나 편하게 읽혀요.
겨울 청첩장 문구에 눈 이야기를 넣었는데 그날 눈이 안 오면요?
괜찮아요. 눈 내리는 날이라고 단정하지 않고 첫눈을 기다리는 계절, 눈 소식이 반가운 달처럼 쓰시면 날씨와 상관없이 맞는 말이 돼요.
1월 예식인데 새해 인사를 꼭 넣어야 할까요?
꼭은 아니에요. 다만 1월 중순 전에 받는 청첩장이라면 어른들께는 새해 인사 한 줄이 반갑게 읽혀요. 친구들에게 보내는 말에는 빼셔도 어색하지 않아요.
메리필름 청첩장에는 열자마자 한 번 뜨는 공지 팝업이 있어서, 눈 소식이 생기면 전날 문구만 적어 띄우실 수 있어요. 주차와 교통 안내 칸도 따로 있으니 외투 보관이나 미끄러운 길 이야기는 그쪽에 적어 두세요.


